마지막
2012년 4월 9일 월요일 3시 27분
삶을 살아내면서 만남과 이별의 순간들을 맞을 때, 강한 확신을 갖고 모든 준비가 완벽하고도 깨끗하게 끝나 있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 공연 역시 그렇다. 미처 다듬지 못한 뭉툭한 그 무언가가 뱃속에서 요동치는 걸 느끼면서 무대에 오른다. 마지막인 게 아까워 그 순간을 기억에 담아두려고 기를 쓴다. 하지만 의식적인 그런 노력보다 오히려 무의식적인 긴장감과 숙련된 감각이 몸을 지배한다. 무엇을 어떻게 연주하고 있는지, 다음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적인 생각은 저 멀리 부옇게 물러나있고, 나는 그 지점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멍한 무의식에 갇혀 다만 사소한 실수들과, 관객석에 비칠 나의 (아직도) 어색한 모습과, 그런 비슷한 몇몇 걱정거리들이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걸 느끼면서 몸을 움직인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마지막 곡을 연주할 순간이 온다. 그리고 끝이다.
그런 끝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거나, 스스로 그 자리에 서면서, 어쩌면 단호한 결단과 강한 자기 확신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완전하게 준비된 상태라는 건 우리에겐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대개는 우물쭈물 대고 망설이고 고민하거나, 그래도 답이 안 보인다면 초자연적으로 내게 주어진 삶의 암시 같은 것들을 발견하려 애를 쓰면서 끝을 맞곤 한다. 어쨌거나 완전하게 준비된 무대도, 완벽한 공연도 없다. 그러니까 실수하면 웃어넘길 줄 알아야 하고, 의도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면 애드립을 칠 여유를 남겨 놓아야 하는 것 아닐까.
결국에는 완전히 정돈되지 않은 그 무언가를 끌어안고 무대에서 잘 내려오기 위해, 계속해서 배우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