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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m83 concert at samsung card hall

primolevi 2016. 6. 2. 01:27




m83 공연에 다녀와서 일주일 넘게 계속 m83 노래만 듣고 있다. 내가 사랑하던 다른 노래들은 왠지 싱거워졌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경기를 보고 나서 스타크래프트 같이 ‘나름 머리 쓰는’ 게임들을 보는 게 시시해진 것처럼.) 나는 내 이어폰 안에서 하찮게 울려대는 노래들과는 다른 어떤 걸 이미 경험해버렸기 때문이다. 오프닝곡이었던 Reunion을 듣고 있으면, 깜짝 놀랄만큼 공연장을 시원하게 가득 채우던 그의 목소리와 예상 외의 과격함을 보여줬던 드럼의 동작과 소리가 다시 보이고 들리는 듯하다. 

때로는 양적인 차이가 질적 차이를 낳는 것 같다양의 축적이 어떤 임계점을 돌파하게 되면, 완전히 다른 질을 얻게 되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신스 소리들은 내게 소리로 세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물론 내 이어폰과 공연장의 스피커 사이에는 확연한 질적 차이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만 핵심은 오히려 양적인 차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귓구멍 안에서 꿈틀대고 귓벽을 조물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쏟아지는 압도적인 소리의 물량이 이전에 내가 m83을 들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체험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공연장에 가기 전까지, 나는 줄곧 m83의 음악이 유년기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한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이제 나는 m83이 우주를 노래한다는 걸, m83이 생각하는 우주라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걸 단번에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예전에 인터넷에서 공연 실황을 보고 "아 얘네는 라이브가 엉망이네" "얘네는 그나마 좀 낫네"하고 제멋대로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공연은 대개 실수 투성이인데 반해, 앨범은 그렇지 않으니 공연을 가지 않고 집에서 앨범을 듣는 게 싸고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던 것도 뉘우치게 되었다. 위에 올린 영상도 이렇게 보면 시시해 보인다. 하지만 그 때 저곳은 지금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계였다. 양적 차이가 질적 차이로 전환됨에 따라, 음악을 '감상'하던 세계에서 따지고 평가할 엄두가 안 나게 만드는 '체험'의 세계로 넘어갔으니 말이다.


m83 concert at samsung card hall, seoul, south korea, may 24, 2016

01 reunion

02 do it, try it

03 steve mcqueen

04 we own the sky

05 intro

06 walkway blues

07 ok pal

08 bibi the dog

09 road blaster

10 wait

11 oblivion

12 go!

13 midnight city

14 echoes of mine

15 outro


encore

01 for the kids

02 couleurs

03 lower your eyelids to die with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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