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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re incerta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본문
책을 선물 받았다. 좋아하는 작가여서 출간 소식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확인했었는데, 그때마다 왜 살 생각까지는 안 했었던가,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영 똑똑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책 보았냐는 질문에 아니, 하고 나서, 출간된 걸 모르지는 않았는데, 그러면서도 그동안 왜 굳이 보려고는 하지 않았는지, 말하려고 했는데, 또렷하게 할 말은 또 마땅히 떠오르질 않아서, 그래서 그냥 아니, 하고 멈춘 틈에, 선물로 보내 왔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걸 알고서 신경을 쓴 것일 터다.
읽다 보니 그 '왜'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한데, 애초의 '왜'가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으므로, 사실 읽다가 떠오른 '왜'가 예전에 내가 떠올렸던 '왜'와 같은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며,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애초의 '왜'라는 게 있었는지도 확실치 않다.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뿌옇게 있을 뿐.
어쨌거나, 지금의 '왜'에 따르면, 읽다 보니 소설가의 에세이라서, 그것도 좋아하는 소설가의 에세이라서 좀 머뭇거리게 된다. 분명 좋은 대목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에세이는 소설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작가의 실체라든가 정체라든가 그런 무언가를 노출하는 느낌이라서, 저어하게 되는 느낌이 있다. 우연히 너무나도 환상적인 곡을 들었다고 치자. 이걸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지 왜 어쩌다 이런 걸 만들었는지 알아가는 게 호기심의 자연스러운 전개 방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그런 욕구를 느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대개 작품 자체로 충분하다고 느끼고, 그 너머의 차원에 대해서는 다소 의식적인 무지를 두르고 멈춰 서 있다. 심지어 첫 번째 트랙이 너무 좋으면 두 번째 트랙으로 넘어가지 못할 때도 있다. 지금 내가 향유하고 있는 것이 완전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거기에서 무언가를 더하는 것은, 더 좋기보다 더 나쁘게 되기가 쉬울 것이다. 그런 추락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의 만족이 추가적인 관심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가능한 유식해져야 한다는 압박이 너무 커서, 나는 어떤 방향으로는, 어느 정도는, 무지한 채로 지내고도 싶다. 그리고 내 무지를 간파하고서 그 무지를 소소하게 비웃고 또 아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선물을 보낸 사람에게 무례한 소리만 잔뜩 했다. 그냥 평소보다 조금 더 가라앉은 날이라, 떠오른 생각을 아무렇게나 해야 할 것 같은 날이라 한 것일 뿐, 감사하게 읽고 있고, 또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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