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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re incerta
그렉 이건, 『쿼런틴』 본문
p.138
이런 것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입장을 한층 더 기괴하게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그 역인지는 알 수 없다. 충성 모드는 모드 자체의 효과에 관해 내가 고찰하는 것을 굳이 막으려 들지 않는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편이, 충성심의 원인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고 감정적 갈등을 겪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는 판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앙상블>에 대해 왜 이런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억지로라도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하다가 머리가 돌아버렸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숨기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의아해하는 행위조차도 원천봉쇄하는 식으로 충성 모드를 설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용자의 마음을 백치에 가까운 상태로 깎아버리지 않는 한, 이런 종류의 검열을 아무런 이음매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달성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는 대신, 나의 이성과 기억은 (내가 판단하는 범위에서는) 고스란히 남겨졌고, 이 상황과 타협할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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