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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문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법 본문
메시지와 분노
영화 감독이니 정치적 발언과 행동은 삼가고 작품만 만들라는 의견도 인터넷에서 몇 번 봤다. 나도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당초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1995년 처음 참석한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활동가로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단상에 올라 프랑스 핵실험 반대 플래카드를 들었다. 시상식장에 있던 영화인 대부분은 일어나 박수를 쳤다. 솔직히 나는 어쩌면 좋을지 망설였다. 일어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박수를 쳐야 하나 야유를 보내야 하나. 이 축제의 공간을 그런 '불순'한 자리로 만들어도 될까 하고. 그러나 23년 사이에 깨달은 건 영화를 찍는 것, 그리고 영화제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인 행위라는 점이다. 나만 안전지대에서 중립을 지킬 수 있다는 건 어리광 섞인 오해이며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영화제는 나라는 존재가 자명하게 휘감고 있는 '정치성'을 표면화하는 공간이다. 눈을 돌리든 입을 다물든, 아니 그 '돌리고' '다무는' 행위 자체도 정치성과 함께 판단된다. 하지만 이는 물론 영화감독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이 원래 지니고 있는 '정치성'일 뿐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에만 있으면 의식하지 않고 넘어갈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유럽 영화제에서는 이쪽이 표준이다. 지금 나는 그 '관례'를 따르고 있다. 물론 공식 기자회견이나 단상에서 연설할 때는 그런 행위를 피한다. '만든 영화가 전부'라는 사고방식이 역시 가장 심플하고 아름답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개별 취재에서 기자가 질문하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하고 양해를 구한 뒤 (이 부분은 대체로 기사에서 편집된다) 나의 사회적 정치적 입장을 되도록 이야기한다. 그로써 내가 만든 영화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깊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를 '정치적'이라고 일컬을지 말지는 둘째치고, 나는 사람들이 '국가'나 '국익'이라는 '큰 이야기'로 회수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영화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큰 이야기'(오른쪽이든 왼쪽이든)에 맞서 그 이야기를 상대화할 다양한 '작은 이야기'를 계속 내놓는 것이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해왔다. 그 자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여기서 새삼 선언해 두고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츠,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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