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re incer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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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primolevi 2013. 4. 3. 01:33

 

 

2012년 4월 9일 월요일 3시 27분


삶을 살아내면서 만남과 이별의 순간들을 맞을 , 강한 확신을 갖고 모든 준비가 완벽하고도 깨끗하게 끝나 있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같다


마지막 공연 역시 그렇다. 미처 다듬지 못한 뭉툭한 무언가가 뱃속에서 요동치는 느끼면서 무대에 오른다. 마지막인 아까워 순간을 기억에 담아두려고 기를 쓴다. 하지만 의식적인 그런 노력보다 오히려 무의식적인 긴장감과 숙련된 감각이 몸을 지배한다. 무엇을 어떻게 연주하고 있는지, 다음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적인 생각은 멀리 부옇게 물러나있고, 나는 지점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멍한 무의식에 갇혀 다만 사소한 실수들과, 관객석에 비칠 나의 (아직도) 어색한 모습과, 그런 비슷한 몇몇 걱정거리들이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느끼면서 몸을 움직인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마지막 곡을 연주할 순간이 온다. 그리고 끝이다.


그런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거나, 스스로 자리에 서면서, 어쩌면 단호한 결단과 강한 자기 확신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완전하게 준비된 상태라는 우리에겐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대개는 우물쭈물 대고 망설이고 고민하거나, 그래도 답이 보인다면 초자연적으로 내게 주어진 삶의 암시 같은 것들을 발견하려 애를 쓰면서 끝을 맞곤 한다. 어쨌거나 완전하게 준비된 무대도, 완벽한 공연도 없다. 그러니까 실수하면 웃어넘길 알아야 하고, 의도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면 애드립을 여유를 남겨 놓아야 하는 아닐까


결국에는 완전히 정돈되지 않은 무언가를 끌어안고 무대에서 내려오기 위해, 계속해서 배우고 생각하는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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