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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olevi 2022. 10. 22. 03:26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 끝에 학생회관에 있는 명상 센터에 찾아 간 적이 있다. 그래도 아침 9시 반인가, 10시인가, 하는 수업에 꽤 재미를 붙이고 꾸준히 다녔는데, 2달을 넘기고 3달째 다니면서 보니 매달 1일이 될 때마다 프로그램 자체가 초기화되는 것 같았다. 그러게. 그러고 보니 '중급자 코스'나 '상급자 코스' 같은 것이 따로 없었네. 어느 정도 훈련이 되었으니 이제 다음 레벨을 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에도 영원히 고만고만한 프로그램만 반복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세 달째는 어영부영 다니다가 그만두었던 것 같다. 아마 수강생 숫자가 충분하지 않아서 코스를 나눌 여력이 못 되고, 그런데 매달 새로운 수강생은 들어오고, 그러니 입문자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게 되는 것 같았다. 여기에서 명상에 관심이 생겼다면 좀 더 진지한 곳을 찾아서 다음 스텝을 밟으세요, 이곳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1. 명상 센터는 학생회관 3층인가 4층에 있었는데, 수강신청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처음 찾아간 날이었다.

여기로구나 하고 들어갔더니 동아리 밴드 연습실이 나왔고,

아, 여기가 아닌가 하고 내려가 보니 다시 보건소이고,

뭐 그렇게 한참 헤매다가 한 일도 없이 잔뜩 주눅이 든 채 드디어 명상 센터를 찾아 들어갔더니

마침 명상 선생님께서는 전화상으로 상담원에게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2. 명상은 매번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시작한다.

곁눈질로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뻣뻣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끄럽기도 하다. 별 것 아닌 운동에 낑낑대는 게. 그래도 무언가 유익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스트레칭이 끝났다.

매트 위에 곧게 눕습니다.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반듯하게 펴고 옆구리 옆에 팔을 붙입니다.

긴장을 풀고 숨을 들이마십니다. 가슴을 활짝 열고 코로 숨을 들이마십니다. 그리고 숨을 참습니다. 하나, 둘, 셋.

잘 했어요, 다시 숨을 내쉽니다. 천천히 내쉽니다. 

...... 

코에서 숨이 들고 나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

자, 머리 끝에 숨을 모아 보세요.

......

숨이 나오는 통로를 거꾸로 따라 가면서 정신을 집중합니다.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에, 배로.. 배꼽에... 하다가

어느 순간,

정적을 깨고,

코 고는 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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