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re incer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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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긍지

primolevi 2021. 11. 20. 00:54

긍지와 자부심은 둘 다 자신에 대한 긍정이다. 하지만 사전에 의존하지 않고 말하자면, 자부심은 순전히 자기 자신에게만 유래를 두지만, 긍지는 내가 만들어내지 않은 기원과 역사를 기꺼이 내 것으로 수용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시간 속에 내던져진 많은 것들이 마모되거나 쇠락할 뿐인 것과 달리, 긍지는 기름칠한 목가구처럼 의식적으로 시간을 먹여 만들어진다. 그래서인지 긍지는 마음의 상태이면서도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객관성을 획득한 것 같다. 햇살이 두드려 말린 빨래에서 나는 따뜻한 향기처럼, 고양되었지만 고압적이지는 않은 공기의 농도로, 우리는 긍지를 알아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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