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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coldplay 내한공연 2017.4.16.(일)

primolevi 2017. 4. 20. 22:56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갔다. 몇몇 곡을 좋아하긴 하지만 앨범 전체를 돌려 듣는다든가 하는 밴드는 아니었던 데다(당장 이 블로구에도 한 곡도 올리지 않은 걸 보라),  Sigur Ros 예매일이랑도 시기가 겹쳐 지갑 상황 때문에라도 예매를 하지 못했는데 공연 당일 급하게 표가 생겼다.-_- 무대와 거의 직각을 이루는 구석탱이 좌석이었지만 공연을 볼 수 있는 게 어디냐!


두 번째 곡 Yellow에서 연주를 중단하고 세월호 3주기를 기리는 뜻으로 잠시 묵념했다. 내게도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제프 벡 공연에서는 공연 시작 3초 후에 공연장 2층 좌석 진입로에 도착했는데, 객석으로 진입하는 문이 눈앞에서 닫히고 말았다. 직원은 규칙에 따라 "멘트할 때 들여보내 주겠다"고 했지만, 예전에 제프 벡 공연을 본 적이 있었던 K형은 "제프 벡은 공연 끝날 때까지 멘트 안 하고 기타만 친다"며 절규했다. 실제로 첫 곡이 끝나고도 두 번째 곡이 끝나고도 제프 벡은 멘트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눈앞에 제프 벡을 두고 문밖으로 새어 나오는 음악을 듣다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현실감 있게 우리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었다...


이렇다 할 멘트가 없었던 건 m83도 시규어로스도 마찬가지여서 "아뇽하쎄요" "쌀랑해요" "쎄울!" 정도가 거의 전부였다. 그에 반해 콜드플레이는 내가 본 공연 가운데 가장 열심히, 가장 많은 멘트를 했고, 공연을 함께 즐기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친절하게 제시하기도 했다. localization에 특히 공을 많이 들인 것도 눈에 띄었다. 세월호 애도 시간도 그랬거니와 서울이라는 도시를 소재로 한 즉흥곡(?)도 그랬고, (나로서는 처음 듣는) 곡 중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 가사를 집어넣은 것도 그랬다. 북한과 시리아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 자체가 사랑과 평화와 희망을 노래하는 탓에 공연도 이렇게 관객친화적이구나 싶기도 했지만, 전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밴드는 이렇게 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입장하면서 불이 들어오는 고무팔찌를 하나씩 나누어줬는데 이게 요물이다. 곡 컨셉에 따라, 혹은 노래의 부분적인 변화에 따라 색을 바꾸기도 하고 박자에 맞춰 켜졌다 꺼졌다 하기도 하니 높은 곳에서 일제히 점멸하는 수만 개의 불빛만 보아도 영 기똥차다.


그렇지만 신디사이저의 비중을 대폭 늘린 최근 흐름은 영 콜드플레이스럽지 않아보였다. 잘은 몰라도 내가 아는 콜드플레이는 기타랑 피아노로 장장장장 정직하게 박을 쌓아나가는 와중에 아름다운 멜로디와 사운드를 힘차게 풀어내는 게 매력이었는데. 음악적 지향과 대중성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어느 순간 락밴드에서 팝스타로 완전히 넘어가 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주제넘은 생각도 들었다. <비긴 어게인>도 생각나고 마룬5도 생각나고 그랬다. 


메인 스테이지-일렉 스테이지-어쿠스틱 스테이지로 연주 공간을 나누고 그에 따라 악기도 공연 컨셉도 달라졌다. 예컨대 공연 중반의 일렉 스테이지는 메인 스테이지에서 수십 걸음 전진한 스탠딩석 한가운데 있었다. 드럼도 전자드럼으로 바뀌고 그에 맞게 노래도 신나는 곡들을 중심으로 배치되었다. 마침맞게 스탠딩 석에는 수십 개의 커다란 풍선을 풀어놓아 관객들은 춤도 추랴 풍선도 밀쳐 올리랴 신이 났다. 이처럼 하나의 공연 안에서 여러 가지 컨셉을 마련하고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소 긴 런닝타임과 결합해 약간 산만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령 일렉 스테이지에서 어쿠스틱 스테이지로 넘어갔을 때는 '아직도 할 게 더 남았어?'하는 기분이었고 In my place 같은 곡을 어쿠스틱 스테이지에서 다소 간촐하게 소화해 버린 것은 아쉬웠다.


앞부분에서 특유의 오르간 사운드가 빠지긴 했지만 나로서는 역시 fix you가 제일 좋았다. 언제 들어도 울컥.

그렇지만 집에 돌아와서 셋리스트를 대충 복습해보니 공연 때 영 낯설게 느껴졌던 최근 곡들도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viva la vida가 그리 좋았나 보다. 공연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까지 오오오오오 군들이 무리를 지어 오오오오오 공격을 하고 다녀서 귀가 떨어질 뻔했다. 어쨌거나 드럼치는 형아가 혁명의 북을 울리는 것처럼 아주 멋지다. 



부모님께 공연장에 온 걸 알리고 fix you를 추천해 드렸더니 아버지께서는 당신 취향은 아니라시며, 유익종이나 해바라기 같은 토종가수들이 훨씬 낫다고 하셨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종종 과격한 대화로 번지는데 음악에서는 화해하지 못해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고 마니 신기한 일이다. 생신 때마다 두루미 st. 음악 시디를 선물로 드려도 아버지는 좋다 싫다 말없이 다만 몇 년도 생일 선물. 아들로부터. 라고 시디곽에 적어놓으시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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