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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심사에 대한 심사

primolevi 2020. 4. 24. 04:40

처음 한 논문 투고에서 '종합 게재불가' 판정이란 걸 받았다.

등급이 넷(A. 게재가, B. 수정 후 게재가, C. 수정 후 재투고, D. 게재불가)인데, A가 하나, D가 둘. 평가가 극단이다.

두 D 심사지 너머로 무언가 한심해하는 듯한 인상이 느껴져 자꾸 욱하게 된다. 

 

요지는 이미 많이 다루어진 주제고 독창적인 게 없는 데다 요약∙정리에 그쳐 학계에 기여하는 바 없다는 것이다. 나는 잘 동의가 안 된다. 누구를 비판하기 전에 자비의 원칙에 입각해 일단 잘 이해해 보겠노라고 하면 왜 비판이 없냐고 꾸짖는다. 그런데 심지어 적진에 있는 사람들도 존중을 바치는 대가들의 중요하고 어려운 논문 지금까지 학계에서 우리말로 잘 요약하고 정리했나. 저쪽의 힘이 어디 있는지 다 알아서 그렇게 함부로 비판도 하고 대안도 내고 그러시는 건가. 대가에 대한 자기 이해를 이해가능한 표현으로 풀어 평가에 내놓았나. 공유하고 검증 받았나. 수준이 안 되는데 자꾸 독창성부터 찾는 것이 오히려 문제 아닌가. 잘 이해하는 법이나 존중하는 법은 모르고 쉽게 꺾으려고만 든다. 제대로 된 비판이 될 리가 없다. 그러니까 계속 변방에 머무르는 것 아닌가. 들을 가치가 없으니까.

 

마지막 심사자의 경우 내용에 대한 비판이 전무한 데다(뭐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그냥 부실하단다), 오타, 비문, 띄어쓰기 오류 등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지적한 뒤(이건 어불성설인데, 그건 그가 '부득이하게'를 '부득이 하게'로, '게재불가'를 '게제불가'로 쓰는 양반이어서라기보다, 단순히 내가 잘못된 문장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분명하고 거친 용어 사용' 운운하는 대목에서 결국 인상 비평가임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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