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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re incerta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 끝에 학생회관에 있는 명상 센터에 찾아 간 적이 있다. 그래도 아침 9시 반인가, 10시인가, 하는 수업에 꽤 재미를 붙이고 꾸준히 다녔는데, 2달을 넘기고 3달째 다니면서 보니 매달 1일이 될 때마다 프로그램 자체가 초기화되는 것 같았다. 그러게. 그러고 보니 '중급자 코스'나 '상급자 코스' 같은 것이 따로 없었네. 어느 정도 훈련이 되었으니 이제 다음 레벨을 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에도 영원히 고만고만한 프로그램만 반복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세 달째는 어영부영 다니다가 그만두었던 것 같다. 아마 수강생 숫자가 충분하지 않아서 코스를 나눌 여력이 못 되고, 그런데 매달 새로운 수강생은 들어오고, 그러니 입문자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게 되는 것 같..
친구를 보러 울산에 갔다. 잘 보지도 않는 넷플릭스 아이디를 같이 쓰고 있었는데, 어느덧 그의 어머니, 그의 매형까지 합류하셔서 졸지에 남의 집 안마당에 발 뻗고 누운 모양이 되었다. 철저히 그가 주인인 계정이어서(내 몫은 내가 내고, 나머지 세 사람 몫을 그가 내는 듯하다), 그와 나는 이름으로 적히고, 어머니는 '어머니', 매형은 '매형'이다. 어느 날 밤 그가 생각이 났다. 가도? 했더니, 언제든, 이란다. 백수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다. 저녁쯤 도착해서 맥주나 한 잔 하고 이야기나 하려 했는데, 대뜸 울산에서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한다. (울산에는 예전에 아버지께서 회사 일로 가 계셨지만, 나는 가 본 적도 아는 바도 없다. 그래서 나도 대뜸, 그의 호기에 지지 않으려) 울산에는 아무것도 없지..
pp.102-103 37킬로 부근에서 모든 것이 싫증 나버린다. 아, 이젠 지겹다.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체내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난 것 같았다. 텅 빈 가솔린 탱크를 안고 계속 달리는 자동차가 된 기분이다. 물을 마시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달리기를 멈추고 물을 마시게 되면 그대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목이 마르다. 그러나 물을 마시는 데 필요한 에너지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도로 옆의 빈터에 흩어져서 행복한 듯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양들에게도, 차 속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가에게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셔터 소리가 너무 크다. 양의 수가 너무 많다. 셔터를 누르는 건 사진가의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