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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re incerta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26230&custno=6935820
긍지와 자부심은 둘 다 자신에 대한 긍정이다. 하지만 사전에 의존하지 않고 말하자면, 자부심은 순전히 자기 자신에게만 유래를 두지만, 긍지는 내가 만들어내지 않은 기원과 역사를 기꺼이 내 것으로 수용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시간 속에 내던져진 많은 것들이 마모되거나 쇠락할 뿐인 것과 달리, 긍지는 기름칠한 목가구처럼 의식적으로 시간을 먹여 만들어진다. 그래서인지 긍지는 마음의 상태이면서도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객관성을 획득한 것 같다. 햇살이 두드려 말린 빨래에서 나는 따뜻한 향기처럼, 고양되었지만 고압적이지는 않은 공기의 농도로, 우리는 긍지를 알아챌 수 있다.
책을 선물 받았다. 좋아하는 작가여서 출간 소식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확인했었는데, 그때마다 왜 살 생각까지는 안 했었던가,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영 똑똑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책 보았냐는 질문에 아니, 하고 나서, 출간된 걸 모르지는 않았는데, 그러면서도 그동안 왜 굳이 보려고는 하지 않았는지, 말하려고 했는데, 또렷하게 할 말은 또 마땅히 떠오르질 않아서, 그래서 그냥 아니, 하고 멈춘 틈에, 선물로 보내 왔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걸 알고서 신경을 쓴 것일 터다. 읽다 보니 그 '왜'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한데, 애초의 '왜'가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으므로, 사실 읽다가 떠오른 '왜'가 예전에 내가 떠올렸던 '왜'와 같은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며,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제4권 제7장 「항구의 소녀」 pp.90-94 "아, 예. 저, 그리고 고마워요. 핸. 살려줘서." 핸드레이크는 피식 웃는다. 죽기 직전에라도 웃음을 지어야 남자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건 그저 나의 왕, 루트에리노 전하를 위해 행한 일이었습니다. 특별히 페어리퀸 당신을 염두에 두고 한 일은 아닙니다." "예? 무슨 말입니까" "당신 덕분에 암살이 실패한 이상, 난 살아 있는 것이 주군께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다레니안은 앞쪽 말에 창백해졌다가 곧 뒤쪽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살아나려면, 그 진지 안에서 내 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지요." "당신이 살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다레니안은 잠시 말을 멈춘 채 핸드레이크를 바라본다. 예고 없이 그녀의 입이..
p.138 이런 것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입장을 한층 더 기괴하게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그 역인지는 알 수 없다. 충성 모드는 모드 자체의 효과에 관해 내가 고찰하는 것을 굳이 막으려 들지 않는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편이, 충성심의 원인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고 감정적 갈등을 겪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는 판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에 대해 왜 이런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억지로라도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하다가 머리가 돌아버렸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숨기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의아해하는 행위조차도 원천봉쇄하는 식으로 충성 모드를 설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용자의 마음을 백치에 가까운 상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