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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의 관점에서 시련을 영위하는 것 본문
2012년 3월 26일 월요일 2시 12분
무언가에 대해 애정을 쏟는 일은 그 자체로는 좋다, 나쁘다를 가릴 일이 아니지만 그 애정을 통해 스스로를 규정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대상과의 관계성 속에 자신을 밀어넣는다. 그것의 위엄, 정의로움, 가치있음, 매력적임 등과 그것에 애정과 헌신을 쏟는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대상의 가치를 그 자신의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대상의 가치가 변질, 왜곡, 훼손되는 것을 자신의 가치상실로 여긴다. 무언가가 어긋날 때면 대상을 고치려고 든다.
그런데 결국에는 대상에-의존적인 이러한 정체성은 대상과 나 모두에게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외부의 대상들은 내 마음의 반영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실체라는 간단하고 분명한 사실이 납득되지 않는 상태에 이르러, 항상 어떠한 이유들로 그것을 미화하고 그로 인해 그것을 추종하고 그것에 헌신하는 자신의 행동과 마음 상태에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지경이 되면 골치가 아픈 일들이 발생한다. 완전한 동일시를 향한 갈망, "나와 꼭 같은 너"에 대한 바람은 물론 원초적인 것이겠지만, 도플갱어 이야기가 암시하듯 그러한 완전성, 동일성은 현실화될 수도 없고, 현실화시키려는 노력 그 자체로 치명적인 비극을 낳을 수 있다. 오히려 동질성이 아닌 차이를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놓아야 한다. 잘 안되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알랭 바디우는 말한다.
"제 고유의 철학에 의거해 여기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랑은 이러한 시도들 가운데 그 어떤 것으로도 환원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사랑은 예컨대 진리의 구축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 무엇에 대한 진리냐고 저에게 되물어보실 수 있겠지요. 당연히 그것은 아주 특이한 의견에 관한 진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컨대 이런 것입니다. 하나가 아닌 둘에서 시작되어 세계를 경험하게 될 때, 세계는 과연 무엇일까? 동일성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차이로부터 검증되고, 실행되고, 체험된 세계란 과연 무엇일까? 저는 사랑이 바로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성적 욕망과 그 시련들, 또는 아이의 탄생도 당연히 포함하지만, 마찬가지로 수많은 여타의 것들, 좀 더 솔직히 말해 차이의 관점에서 시련을 영위하는 것에 관여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포함시키는 그런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