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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박 씨의 생일

primolevi 2013. 4. 3. 03:54

박 씨는 28살이다. 언젠가 친구 무리가 술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서 박 씨의 자취방에 신세를 졌다. 다음 날 아침, 친구들은 자취방 주인 아저씨가 '어이 박 씨'라고 부르며 아직 대학생인 박 씨의 방문을 두드리는 것을 들었다. '저기 학생'이 아닌 '어이 박 씨'. 공사판 인부를 부르는 호칭과 억양 그대로 박 씨는 불리었다. 그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박 씨의 별명은 '박 씨'가 되었다. 


아저씨가 그를 그렇게 부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의 외모나 행동거지가 또래보다는 텁텁하고 수더분한 면이 있기도 하다. 박 씨는 오늘도 대낮부터 잠을 잔다. 남들은 수업이 끝나고 스터디를 하고 차를 마시고 연애를 하느라 바쁠 오후 5시에 밤을 꼴딱 샌 박 씨는 지친 몸을 이불 속에 누인다. 그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 막일꾼처럼 온몸이 쑤시고 피곤하다. 그의 말투와 눈빛과 몸에 쌓인 피로는 이십대 학생의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아저씨는 별 고민없이 그를 박 씨라고 불렀을 것이다.


나는 오후 8시께야 오늘이 박 씨의 생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화를 걸었더니 아니나다를까, 박 씨는 자고 있었다. 저녁은 먹었느냐, 술 한 잔 할까, 했더니 박 씨는 야구도 봐야하고 게임도 해야해서 바쁘다고 거절한다. 방구석과 피시방에서 보낸 박 씨의 하루  누군가에게는 선물과 파티로 흥건했을 그 하루  가 온전히 끝나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박 씨는 내 방을 찾아왔다. 나는 배가 고프다는 박 씨에게 오뎅을 볶고 만두를 쪄서 밥상을 차려줬다. 박 씨는 쭈그려 앉은 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뒤적이면서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은 박 씨는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새벽을 더듬어 몸을 누일 집으로 돌아갔다. 박 씨의 생일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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