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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전체 글 (289)
in re incerta
친구를 보러 울산에 갔다. 잘 보지도 않는 넷플릭스 아이디를 같이 쓰고 있었는데, 어느덧 그의 어머니, 그의 매형까지 합류하셔서 졸지에 남의 집 안마당에 발 뻗고 누운 모양이 되었다. 철저히 그가 주인인 계정이어서(내 몫은 내가 내고, 나머지 세 사람 몫을 그가 내는 듯하다), 그와 나는 이름으로 적히고, 어머니는 '어머니', 매형은 '매형'이다. 어느 날 밤 그가 생각이 났다. 가도? 했더니, 언제든, 이란다. 백수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다. 저녁쯤 도착해서 맥주나 한 잔 하고 이야기나 하려 했는데, 대뜸 울산에서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한다. (울산에는 예전에 아버지께서 회사 일로 가 계셨지만, 나는 가 본 적도 아는 바도 없다. 그래서 나도 대뜸, 그의 호기에 지지 않으려) 울산에는 아무것도 없지..
pp.102-103 37킬로 부근에서 모든 것이 싫증 나버린다. 아, 이젠 지겹다.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체내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난 것 같았다. 텅 빈 가솔린 탱크를 안고 계속 달리는 자동차가 된 기분이다. 물을 마시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달리기를 멈추고 물을 마시게 되면 그대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목이 마르다. 그러나 물을 마시는 데 필요한 에너지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도로 옆의 빈터에 흩어져서 행복한 듯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양들에게도, 차 속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가에게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셔터 소리가 너무 크다. 양의 수가 너무 많다. 셔터를 누르는 건 사진가의 일이고..
난 잠시 어리둥절하였다. 목련꽃을 보다가 웬일인지 현기증을 느껴 잠시 누워 있던 봄 그 시간이 어렴풋이 기억 나. 동네 한 바퀼 돌고서 전화 몇 통을 받은 후 걸렐 빨아 방을 훔치고 스포츠 신문을 넘겼지 왜 어떤 날은 시간이 더딜까. 왜 어떤 날은 공중 부양을 하고 싶나. 도인처럼. 그건 여름 바람 때문인가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26230&custno=6935820
긍지와 자부심은 둘 다 자신에 대한 긍정이다. 하지만 사전에 의존하지 않고 말하자면, 자부심은 순전히 자기 자신에게만 유래를 두지만, 긍지는 내가 만들어내지 않은 기원과 역사를 기꺼이 내 것으로 수용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시간 속에 내던져진 많은 것들이 마모되거나 쇠락할 뿐인 것과 달리, 긍지는 기름칠한 목가구처럼 의식적으로 시간을 먹여 만들어진다. 그래서인지 긍지는 마음의 상태이면서도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객관성을 획득한 것 같다. 햇살이 두드려 말린 빨래에서 나는 따뜻한 향기처럼, 고양되었지만 고압적이지는 않은 공기의 농도로, 우리는 긍지를 알아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