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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re incerta
책을 선물 받았다. 좋아하는 작가여서 출간 소식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확인했었는데, 그때마다 왜 살 생각까지는 안 했었던가,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영 똑똑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책 보았냐는 질문에 아니, 하고 나서, 출간된 걸 모르지는 않았는데, 그러면서도 그동안 왜 굳이 보려고는 하지 않았는지, 말하려고 했는데, 또렷하게 할 말은 또 마땅히 떠오르질 않아서, 그래서 그냥 아니, 하고 멈춘 틈에, 선물로 보내 왔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걸 알고서 신경을 쓴 것일 터다. 읽다 보니 그 '왜'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한데, 애초의 '왜'가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으므로, 사실 읽다가 떠오른 '왜'가 예전에 내가 떠올렸던 '왜'와 같은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며,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제4권 제7장 「항구의 소녀」 pp.90-94 "아, 예. 저, 그리고 고마워요. 핸. 살려줘서." 핸드레이크는 피식 웃는다. 죽기 직전에라도 웃음을 지어야 남자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건 그저 나의 왕, 루트에리노 전하를 위해 행한 일이었습니다. 특별히 페어리퀸 당신을 염두에 두고 한 일은 아닙니다." "예? 무슨 말입니까" "당신 덕분에 암살이 실패한 이상, 난 살아 있는 것이 주군께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다레니안은 앞쪽 말에 창백해졌다가 곧 뒤쪽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살아나려면, 그 진지 안에서 내 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지요." "당신이 살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다레니안은 잠시 말을 멈춘 채 핸드레이크를 바라본다. 예고 없이 그녀의 입이..
p.138 이런 것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입장을 한층 더 기괴하게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그 역인지는 알 수 없다. 충성 모드는 모드 자체의 효과에 관해 내가 고찰하는 것을 굳이 막으려 들지 않는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편이, 충성심의 원인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고 감정적 갈등을 겪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는 판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에 대해 왜 이런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억지로라도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하다가 머리가 돌아버렸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숨기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의아해하는 행위조차도 원천봉쇄하는 식으로 충성 모드를 설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용자의 마음을 백치에 가까운 상태로..
영화 첫 부분에서 카메라가 필라델피아 거리의 풍경을 따라가는 동안 나온다. 톰 행크스와 덴젤 워싱턴이 참 젊었다. 대단한 인트로다. 정직한 드럼이 멀리 있다 온 삼촌의 단단한 손처럼 마음을 쓰다듬고 헝클어놓는다. 그러다 스트링이 일렁이면 벌써 나는 울컥할 준비가 다 된 기분이다.
1. 교수는 "텍스트 자체"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친다. 익숙히 듣던 이야기 같다. 그런데 듣다 보면 뭔가가 자꾸 걸린다. 나도 텍스트가 지닌 함축을 충분히 음미하기 전에 자기 이야기부터 해버릇하면 배우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수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도 전체적으로 보아 자비의 원칙보다는 교조주의의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자기 편에 대해서는 위대하고 엄청나고 저명하다는 수식어구를 붙이지만, 상대편에 대해서는 '대학 2학년 수준보다 못한'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아서? 관련 주제 연구자들의 성취는 너무 쉽게 평가절하하고, 자기 수준은 너무 높게 평가해서? 물론 그런 부분도 실망스럽다. 상대편에게 적절한 존중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과는 설령 전반적으로 나와 의견이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
일부러 몇 발자국 물러나 내가 없이 혼자 걷는 널 바라본다 첫 한 문장만으로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심지어 그때 공기가 어떤지까지도 다 전해지는 것 같다. ㅠㅠ
프리모 레비, 『주기율표』 , 「아연」, 82-83쪽 4학년 화학 과정에는 짧게나마 물리학 실험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점도나 표면장력, 회전력만을 측정했다. 그 시간은 젊은 조교가 맡아 지도했는데, 그는 큰 키에 말랐고 등이 약간 구부정했으며, 친절하면서도 수줍음을 많이 탔다. 그의 행동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따랐다. 우리의 다른 선생님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자신들이 가르치는 과목의 중요성과 우월성을 확신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중 몇몇은 그에 대한 확고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는 개인적인 능력, 자기 사냥터에 대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그 조교는 거의 우리에게 용서를 구하는 듯한, 우리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약간 당황한 듯이 점잖게 냉소적으로 짓는 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