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re incerta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 II 본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 II

primolevi 2017. 5. 5. 21:04

211-213면

 

“어쨌든 네가 톰 리들을 만났단 말이지.” 덤블도어 교수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 애가 네게 관심이 아주 많았던 것 같구나…….”

갑자기, 해리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던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덤블도어 교수님……, 리들이 제가 자기와 닮았다고 했어요. 이상하게 닮은 점이 있다구요…….”

“그 애가 그랬니?” 덤블도어 교수가 진한 은빛 눈썹 아래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네 생각은 어떠니, 해리?”

“전 제가 그 애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해리가 생각보다 더 크게 말했다. “제 말은, 전…… 전 그리핀도르에 있잖아요, 전…….”

하지만 그는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의혹이 다시 살아나자 갑자기 말을 멈췄다.

“교수님,” 그가 잠시 후 다시 말을 시작했다. “마법의 모자는 제가…… 제가 슬리데린에 있었으면 성공했을 거라고 했어요. 모두들 한동안 제가 슬리데린의 후계자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뱀의 말을 할 수 있다면서 말이에요…….”

“네가 뱀의 말을 할 수 있는 건 말이다, 해리.”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마지막 남은 후계자인 볼드모트가 뱀의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내 판단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그는 네게 그 흉터를 남긴 날 밤에 자신의 능력 일부를 네게 전해 주었던 것 같다. 그가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볼드모트가 자신의 능력을 제게 전해 주었다구요?” 해리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확실히 그런 것 같구나.”

“그러면 전 슬리데린에 있어야 하잖아요.” 해리가 절망적으로 덤블도어 교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마법의 모자는 제게서 슬리데린의 능력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건……”

“널 그리핀도르에 넣었지.” 덤블도어 교수가 태연하게 말했다. “잘 듣거라, 해리. 넌 살라자르 슬레데린이 높이 평가하는 많은 소질들을 우연히 갖게 된 것뿐이란다. 살라자르만이 갖고 있는 매우 드문 재능인 뱀의 언어라든지, 비상한 재치라든지, 결단력이라든지, 때로 무모해 보이는 규칙 위반 뭐 이런 것들 말이다.” 그가 수염을 다시 흔들며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의 모자는 널 그리핀도르에 넣었지. 그게 왜 그랬는지는 너도 알게다. 생각해 보렴.”

“그게 절 그리핀도르에 넣은 건,” 해리가 마지막 희망이 꺾인 듯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슬리데린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

바로 그거란다.” 덤블도어 교수가 한 번 더 밝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네가 톰 리들과 크게 다른 점이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해리,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을 통해 나타나는 거란다.” 해리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꼼짝 않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만약 네가 그리핀도르에 속해 있다는 증거를 보고 싶다면, 해리, 이걸 좀더 자세히 보렴.”

덤블도어 교수가 맥고나걸 교수의 책상으로 다가가 핏자국이 남아 있는 은빛 칼을 집어 해리에게 건네주었다. 해리가 천천히 그걸 뒤집자, 루비들이 벽난로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는 칼자루 바로 밑에 새겨진 이름을 보았다.

고드릭 그리핀도르.

 

“진정한 그리핀도르만이 마법의 모자에서 이 칼을 뽑아낼 수 있단다, 해리.” 덤블도어 교수가 꾸밈없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