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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책 (25)
in re incerta
머리말 우리는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다 어느 세대나 자기 시대가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믿겠지만, 우리의 문제들은 특히 다루기가 어렵고 미래는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 우리의 많은 난관 뒤에는 사실 더 깊은 정신적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20세기에 우리는 전례 없는 규모로 폭력이 분출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서로 해치고 상처를 내는 능력을 우리가 이룬 특별한 경제적·과학적 진보에 뒤처지지 않고 함께 발전해 왔다. 우리에게는 호전성을 제어하여 안전하고 적절한 테두리 안에 가두어 둘 지혜가 부족한 것 같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첫 원자폭탄은 현대 문화의 찬란한 성취 한복판에서 허무주의적 자기 파괴의 현장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제 우리는 땅을 성스럽게 여기지 않고 단순하게 ..
79-81 "혹시 잘 때 어금니를 꽉 물고 자는 버릇이 있나요?" 치과 의사 선생님은, 무방비로 입을 벌리고 있는 내게 물었다. 가끔 자고 일어나면 턱이 아플 때가 많고, 꿈에서 주먹다짐을 했나 싶을 때도 있고, 같이 사는 동생의 목격담에 의하면 끙끙 앓는 소리를 잘 낸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자면서도 무엇을 견디느라 나는 힘을 꽉 쥐고 있었던 것일까. 종종 몸이 느슨해질 정도로 쉬면 오히려 컨디션이 떨어지곤 했다. ... 등단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자취하던 집 근처의 식당에서 우연히 선배 시인을 만난 적 있었다. 선배는 나의 안부를 이것저것 묻다가, 그해 등단한 시인들을 조명하는 앤솔로지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거기에는 내 시가 수록되지 않고 같이 등단한 다른 시인의 시가 실리게 되..
pp.102-103 37킬로 부근에서 모든 것이 싫증 나버린다. 아, 이젠 지겹다.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체내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난 것 같았다. 텅 빈 가솔린 탱크를 안고 계속 달리는 자동차가 된 기분이다. 물을 마시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달리기를 멈추고 물을 마시게 되면 그대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목이 마르다. 그러나 물을 마시는 데 필요한 에너지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도로 옆의 빈터에 흩어져서 행복한 듯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양들에게도, 차 속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가에게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셔터 소리가 너무 크다. 양의 수가 너무 많다. 셔터를 누르는 건 사진가의 일이고..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26230&custno=6935820
책을 선물 받았다. 좋아하는 작가여서 출간 소식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확인했었는데, 그때마다 왜 살 생각까지는 안 했었던가,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영 똑똑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책 보았냐는 질문에 아니, 하고 나서, 출간된 걸 모르지는 않았는데, 그러면서도 그동안 왜 굳이 보려고는 하지 않았는지, 말하려고 했는데, 또렷하게 할 말은 또 마땅히 떠오르질 않아서, 그래서 그냥 아니, 하고 멈춘 틈에, 선물로 보내 왔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걸 알고서 신경을 쓴 것일 터다. 읽다 보니 그 '왜'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한데, 애초의 '왜'가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으므로, 사실 읽다가 떠오른 '왜'가 예전에 내가 떠올렸던 '왜'와 같은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며,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제4권 제7장 「항구의 소녀」 pp.90-94 "아, 예. 저, 그리고 고마워요. 핸. 살려줘서." 핸드레이크는 피식 웃는다. 죽기 직전에라도 웃음을 지어야 남자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건 그저 나의 왕, 루트에리노 전하를 위해 행한 일이었습니다. 특별히 페어리퀸 당신을 염두에 두고 한 일은 아닙니다." "예? 무슨 말입니까" "당신 덕분에 암살이 실패한 이상, 난 살아 있는 것이 주군께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다레니안은 앞쪽 말에 창백해졌다가 곧 뒤쪽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살아나려면, 그 진지 안에서 내 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지요." "당신이 살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다레니안은 잠시 말을 멈춘 채 핸드레이크를 바라본다. 예고 없이 그녀의 입이..
p.138 이런 것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입장을 한층 더 기괴하게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그 역인지는 알 수 없다. 충성 모드는 모드 자체의 효과에 관해 내가 고찰하는 것을 굳이 막으려 들지 않는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편이, 충성심의 원인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고 감정적 갈등을 겪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는 판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에 대해 왜 이런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억지로라도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하다가 머리가 돌아버렸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숨기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의아해하는 행위조차도 원천봉쇄하는 식으로 충성 모드를 설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용자의 마음을 백치에 가까운 상태로..
프리모 레비, 『주기율표』 , 「아연」, 82-83쪽 4학년 화학 과정에는 짧게나마 물리학 실험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점도나 표면장력, 회전력만을 측정했다. 그 시간은 젊은 조교가 맡아 지도했는데, 그는 큰 키에 말랐고 등이 약간 구부정했으며, 친절하면서도 수줍음을 많이 탔다. 그의 행동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따랐다. 우리의 다른 선생님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자신들이 가르치는 과목의 중요성과 우월성을 확신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중 몇몇은 그에 대한 확고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는 개인적인 능력, 자기 사냥터에 대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그 조교는 거의 우리에게 용서를 구하는 듯한, 우리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약간 당황한 듯이 점잖게 냉소적으로 짓는 그의 ..